과학계의 발전 이끄는 작은 연구의 힘과학계의 발전 이끄는 작은 연구의 힘
과학계의 발전 이끄는 작은 연구의 힘과학계의 발전 이끄는 작은 연구의 힘
  • 최선영 기자
  • 승인 2018.03.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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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바이오나노화학부 이기학 교수
원광대학교 바이오나노화학부 이기학 교수
원광대학교 바이오나노화학부 이기학 교수

많은 이들이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천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신물질 발굴을 위해 노력해온 이기학 교수의 견해는 달랐다. 다양한 물질의 특성은 원자 배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더 많은 물질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시간과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작은 연구의 힘을 논하는 이유다.

 

하나의 물질에 대한 색다른 관점에서의 연구, 세상에 새로운 답을 내놓다

화합물이 형성될 때 금속과 주변의 비금속 원소가 결합되어 고체화합물이 된다. 고체화합물을 띠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스핀-스핀 상호작용은 띠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자성물질 중에는 금속 원소를 포함하는 경우와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탄소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그간 원광대학교 바이오나노화학부 이기학 교수는 금속원소를 포함하는 자성고체에 관심을 둔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가 현재 진행 중인 전이 금속 화합물의 스핀-스핀 상호 작용에 대한 화학 결합의 영향연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이 교수가 전북대학교대학원에 있을 당시 안상운지도교수는 자연계의 모든 현상을 파동함수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물질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교수 역시 자연스레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금속과 금속들은 전자스핀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 거리에 놓인 데다 직접적 결합이 없더라도 같은 스핀을 가진 원소 간에 스핀-스핀 상호작용이 가능하죠. 또한 중간 매개체로 존재하는 원소들과 전이금속 사이 상호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결정장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은 금속 원소 사이의 스핀-스핀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복잡한 경우를 설명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1990년대 초 발견된 풀러렌(fullerene, C60)이라는 물질은 전자 도핑에 의해 초전도성과 특정 자기적 성질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C60 이합체의 자성성질은 1990년대 후반까지 규명되지 않은 열린 문제로 남아있었다. 이 교수는 포항공대 김광수 교수와 함께 풀러렌의 자기적 현상과 이합체 구조형태에 따라 나타나는 자기적 현상을 설명하는데 성공하며 관련 논문을 Phys. Rev. Lett.에 게재했다. 연암재단의 지원으로 가게 된 코넬 대학교에서의 경험은 그의 연구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1981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로얼드 호프만 교수와 함께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그간 풀리지 않던 분자계 및 고체계 분자들의 결합특성을 연구한 것이다. 대부분 연구가 산화구리(copper oxide)계 초전도물질에서 산소가 결핍된 경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는 산소가 오버 도핑된 경우 금속산화물의 결합구조 속 산소 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연구 성과 역시 J. Phys. Chem. A 저널에 소개된 바 있다.

이 교수는 흥미로운 금속 간 스핀-스핀 상호작용을 보이는 Fayalite (Fe2SiO4)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같은 결합골격임에도 철, 코발트, 망간 등 물질들의 자성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xyz 방향의 전도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 역시 Fayalite (Fe2SiO4)의 특이점 중 하나다. 이에 이 교수는 전자-전자스핀 상호작용과 전도도를 관련지어 전도성의 비등방성을 규명했다.

동일한 철이라도 철과 주변 비금속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철에 존재하는 전자스핀 특성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주변 환경에 따라 상이한 자성 임계온도값을 얻을 수밖에 없었죠. 커플링을 활용한 방식으로 자성 임계온도값을 계산할 수 있는 일반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결합특성을 갖고 있는 다른 결정장 환경에 있는 동일 전이금속 이온들이 갖고 있는 자성 임계온도를 실험에 맞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죠.”

우측부터 학부과정 장민정, 현경은, 석사과정 이장원
우측부터 학부과정 장민정, 현경은, 석사과정 이장원

작은연구 모여 이루는 과학발전

기초 자연 과학자로서 이기학 교수는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사건, 물질을 자신의 연구 분야와 연결시키는 것이 곧 원천연구가 된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이러한 작은 연구들이 쌓일 때 기초과학은 보다 넓은 지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원천연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작은 연구비로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러한 연구가 작은 연구가 될지, 큰 연구가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죠. 자연과학자들이 자연에서 반복되는 현상 속에서 규칙을 발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교수에게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현상들은 바닷가의 무수한 모래알과도 같다. 어떤 모래나 조개에 관심을 갖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를 통해 모든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상이나 원리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초과학의 다양성을 확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원광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그에게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내 분위기는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 되고 있었다. 실제로 원광대학교에 몸담았던 한 교수는 원광대학교에서의 경험이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며 발전기금 오천만원 가량을 기탁하기도 했다. 학교를 떠난 지 1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그는 해당 사례를 예로 들며 작은 연구비가 많은 대학에 분포될 때 우리나라 과학계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자연 속에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그의 작은연구들은 우리나라 과학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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