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는 힘, ‘극복력’에 달려있다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는 힘, ‘극복력’에 달려있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8.09.06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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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이선희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이선희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좌절을 겪는다. 이러한 좌절에 꺾이지 않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는 건 개인 고유의 의지, 곧 ‘극복력’에 달려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선희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길 응원하며 이들을 위한 극복력 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질병 이후의 삶에 주목한 연구자

“대학을 졸업한 후 수술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치료를 통해 새 삶을 얻는 과정을 지켜봤죠. 이러한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던 것도 잠시, 이 아이들이 자신의 병을 치료한 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선희 교수가 간호대학 교수의 길에 들어서기까지 아이들의 병원생활 이후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선천성 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삶을 연구하다보니 어느덧 교수라는 자리에 서 있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교육자라는 거창한 사명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교수가 되고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의 매력과 사명을 깨닫게 되었다며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교수에게 주어진 멘토이자 교육자, 연구자라는 세 가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학생들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 교수가 수행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을 위한 극복력 증진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연구’ 역시 그가 연구를 시작한 이유와 궤를 같이 한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꽃피우고 있는지 추적하고, 그들이 홀로서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 교수는 추적 결과 심장병을 극복한 아이들과 주어진 상황에 순응한 아이들로 나눠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현실에 순응해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극복력이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겨내는 힘입니다. 문제를 잘 극복하는 사람들은 문제점을 찾고 분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들이었죠.”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의 극복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충분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수의 의료진이 아이의 질병을 부모에게만 설명하고 있으며, 부모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통해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방식은 아이가 어릴 때는 효과가 있지만 아이가 성장한 이후에는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이들은 자라나며 언젠가는 남들과 다름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 자아존중감이 높으면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게 되지만 아니면 현실과 타협하고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아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을 위한 극복력 증진 프로그램은 아이의 독립심과 극복력을 키워주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좌절을 뛰어넘게 하는 힘, 극복력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을 위한 극복력 증진 프로그램은 극복력을 키우기 위한 심리학의 5가지 요소에 기반해 설계되었다. 긍정적인 생각과 인지적으로 질병을 수용하는 자세, 종교 등으로 삶의 의미를 탐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방법을 찾는 행위,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그 내용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시작과 마무리는 의료진과 함께 한다. 어릴 때부터 병원에 익숙한 아이들이 의료진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후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질병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강의가 이어진다. 질병의 원인과 관리법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 질병 관리에 좋은 운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이 자세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강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선천성 심장병을 잘 이겨낸 환자들을 초청해 자신의 극복과정을 생생하게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선생님, 사진작가 등 자신의 꿈을 이룬 환자들이 아이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질병의 특성상 오랜 투약으로 아이를 갖기 어려운 가운데 같은 질환을 겪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엄마를 초청하며 희망을 주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게임 형식의 운동 시간이 주어진다. 이 교수는 심장병을 앓은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크다며, 적당한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자신의 질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질병을 이해하고 그 관리법을 인지시키는 교육은 늦어도 고등학교 진학 전에는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해당 연구 성과는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 시기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연구를 통해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일본과 중국, 유럽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선천성 심장병 환자 교육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이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를 자녀로 둔 부모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백혈병을 가진 아이들의 극복력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의 꽃 피우도록

이선희 교수는 한국간호과학회 총무이사와 서울시 간호사회 학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간호과학회에서의 학술적 활동에 더해 서울시 간호사회를 통해 간호사들이 보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간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많은 병원들이 외향에 치중하다보니 간호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이 개선될 때 간호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간호학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간호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을 이해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죠. 이렇듯 인간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질병이 낫도록 도와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질병 치료를 돕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 교수의 연구 발표를 듣던 한 청중은 이 연구 결과가 만성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며 말을 건네 왔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입시 속에서 수동적 삶을 살아가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 역시 그의 말에 깊은 동의를 보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계획해둔 삶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꽃을 피우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삶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신적, 신체적 질병이 없더라도 많은 아이들은 아픔을 갖고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자이자 교육자, 멘토로서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또한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간호사들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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