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부후균의 생물자원 가치는 무궁무진”
“목재부후균의 생물자원 가치는 무궁무진”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8.10.19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규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수목진단센터 센터장

도심의 가로수들은 고달픈 삶을 산다. 간판이 가려진다고 가지가 잘리고 보도블록 공사에 상처 입고 자동차에 받히기도 한다. 더위와 추위,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를 온몸으로 버텨내며 사람들이 숨통을 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나무가 썩고 병들기 쉬운 환경이다.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이종규 교수는 나무를 썩게 만드는 미생물 중 하나인 ‘목재부후균’을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이 교수는 목재부후균을 잘 파악해서 활용하면 수목부후 예방과 치료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생물자원으로도 이용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종규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수목진단센터 센터장
이종규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수목진단센터 센터장

 

목재부후·수목병리학계의 선구자

나무도 살아있는 생물이라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시들시들한 나무는 땔감으로 쓰거나 막무가내로 농약을 뿌리며 나무를 치료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법은 나무도 사람도 해치는 방법이다. 산림청은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건강한 산림 조성을 위해 지난 6월 28일부터 나무의사 제도를 시행했다. 나무의사, 수목치료기술자는 수목의 피해 원인 등을 정밀 조사해 효과적인 대처방안 및 소생 방법을 진단하고 나무를 치료하는 일을 한다. 강원대학교 수목진단센터는 지난 8월 나무의사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종규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강원대학교에 국내 첫 수목진단센터를 만들고 지금까지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처음엔 강원대학교 하나였던 수목진단센터는 지금 전국 거점 8개 대학에서 강원대학교의 시스템을 고스란히 도입해 수목진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목재 부후균류 다양성 및 부후패턴 규명에 대한 연구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목재부후균류는 산림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사한 식물체를 분해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생장에 필요한 무기 영양분을 공급하는 탄소 및 질소순환에 관여한다. 생태학적으로 분해자, 환원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 교수의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임분별 목재부후균의 다양성, 발생빈도, 발생부위를 조사하고 목재부후균 자실체, 부후목재를 채집 후 목재부후균의 분리 및 균주자원 확보, 부후균주의 배양, 생리, 유전적 특성과 수종별 목재 블록에 인공접종과 배양에 의한 부후패턴을 규명한다. 또한 목재부후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목재내 부후균 탐색기술 개발과 목재부후에 의한 피해절감을 위한 친환경 방제제 선발 및 활용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교수는 목재부후균을 모르면 나무의사를 할 수 없다며 “썩어들어가는 나무는 외과수술을 받는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다시 복원시키는 작업을 말하는데 이 작업을 하려면 관련 목재부후균과 수목에서의 부후 기작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982년 미국 농무성의 Alex L. Shigo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분이 개발한 수목건강진단기(Shigometer®)를 가져와 목재부후에 대한 연구를 처음 소개했습니다. 이 기계는 사람에게 쓰이는 청진기와 같은 기계인데, 수목에 탐침을 꽂고 수피아래 형성층의 전기저항을 측정하여 수목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기기였습니다.” 이 교수는 수목건강진단기로 나무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문화적 충격을 받아 식물병리학 분야 중 목재부후와 목재부후균류를 포함하는 수목병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가 운영하고 있던 수목진단실을 경험하며 한국에 귀국하면 수목진단센터를 설립해 재능기부를 통한 대민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목재부후균 현장 적용 가능토록 응용연구 매진

이종규 교수는 강원대에 부임한 후 1999년 국내 대학 최초로 수목진단센터를 설립했다. 산림청과 강원도의 예산 지원으로 수목관리 교육, 진단 및 처방, 진단기술 개발, 관련 자료 발간 등을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2009년에는 수목병리학 및 균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세계인명사전인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월드 2010년판’에 등재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등재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분야의 개척자인 이 교수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제자들에게도 강조하는 얘기가 이 분야는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으니,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주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무의사 양성도 우리 센터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갔으면 하는게 바람입니다.”

목재부후균 연구는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분야지만 그 파급효과와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의 목재부후 연구는 주로 부후균을 포함하는 균류의 동정 등 “기초연구에 한정되어 수행된다”라며 “친환경적 목재부후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 등 현장 적용이 가능한 응용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목재부후균의 활용방안 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목재부후균 균주는 그 자체로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목재부후균이 자연상태에서는 수목을 가해해서 썩히는 것이지만 이걸 인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자원이 됩니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균주 자원 특성을 분석해 야생버섯 인공재배기술을 개발한 성과를 들었다. 목재부후균의 분해 효소를 활용하면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분해시키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토양 내 폭약, TNT 같은 것도 분해시킬 수 있습니다. 생물 펄프(Biopulping) 공정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해 많은 양의 폐수가 발생합니다. 화학약품 대신 목재부후균을 이용해 자연적으로 분해시키면 폐수가 나오지 않겠죠.” 더불어 목재이용 가축사료 제조기술 개발, 환경정화,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 개발 등에 활용 가능해 수입 대체효과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목재부후균 조기탐색이 가능해 부후균에 의한 피해도 감소시킬 수 있고 친환경 생물적 방제제 개발로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다녀온 라오스 국립보호지역(Phousabous National Protected Area)내 균류조사팀과 함께한 모습. 이종규 교수는 2009년부터 환경부 국립공원연구원의 연구비 지원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의 산림지역 열대우림에 분포하는 목재부후균의 채집과 다양성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다녀온 라오스 국립보호지역(Phousabous National Protected Area)내 균류조사팀과 함께한 모습. 이종규 교수는 2009년부터 환경부 국립공원연구원의 연구비 지원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의 산림지역 열대우림에 분포하는 목재부후균의 채집과 다양성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해외 열대우림까지 연구 범위 확대

주로 자연에서 연구와 작업을 진행하니 과정마다 예측 불가능한 어려움이 있을 터. 이 교수는 “학생들과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라며 “특별히 목재부후균 인공접종 실험에 사용할 수종별 목재블럭 확보를 위하여 수종별 대상목을 체인톱으로 벌채하고 균일한 크기로 제재하여 연구재료를 확보하는 작업은 참여연구 학생들이 수행하기에는 아주 위험해 항상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수명이 매우 길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나무의사가 치료를 잘하면 나무는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이 교수에 따르면 수종에 따라 수명이 다른데 “요즘은 환경에 많이 좌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리산에 사는 우리나라 자생 수종인 구상나무는 환경스트레스 때문에 상당 부분 죽어가고 있다고. 구상나무는 고도가 높은 곳, 선선한 지역에서 자라는 침엽수인데 더워지는 날씨 탓에 점점 생존하기 힘들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제 지리산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우리 인간도 주어진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죠. 스트레스나 질병 등 여러 환경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목은 대체로 우리 인간보다 훨씬 수명이 길지만 지구 온난화, 대기오염 등의 스트레스와 병해충에 의한 영향을 피해 가지는 못합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연구재단, 산림청 국립수목원, 환경부 국립공원연구원의 연구비 지원으로 국내 목재부후균의 다양성 조사를 위해 전국의 국립공원과 각 도별 주요 산림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목재부후균의 채집과 다양성 분석을 수행했다. 2009년부터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비 지원으로 열대우림에 분포하는 목재부후균의 채집과 다양성 분석 연구를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의 산림지역에서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최초 원색 버섯 도감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원으로 가로수, 공원, 학교, 아파트 등 생활권 수목에 대한 목재부후 조사 및 부후균 동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계획 중인 연구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림지역과 생활권역에서 생장하고 있는 주요 수종의 수목에서 목재부후에 의한 피해를 조사하고 피해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산림지역에서는 목재 생산을 위한 주요 산림수종에서의 목재부후에 관여하는 부후균의 종류와 특성 규명, 방제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생활권역에서는 가로수, 도심공원, 아파트 단지 등에서 위험목 관리 대상이 되는 부후목을 조사하고 위험목 평가 기준을 설정, 매뉴얼을 보급하고 적용할 것입니다.” 이종규 교수의 오랜 연구 경험이 새로운 도전에서 또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가 모인다.

 

이종규 교수

1976-1980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생물학과(식물병리) 학사

1980-1982 서울대학교 대학원 농생물학과(식물병리) 석사

1987-1992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t Amherst (Dept. of Plant Pathology) Ph.D.

1992-1995 한국화학연구원 농약스크리닝연구센터 선임연구원

1995-현재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산림과학부 조교수, 부교수, 교수

1999-현재 강원대학교 수목진단센터 센터장

2018=현재 강원대학교 나무의사·수목치료기술자 양성센터 센터장

1996-1996 University of Minnesota 방문연구교수

2006-2007, 2017-2018 Oregon State University 방문연구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피앤에이미디어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남윤실
  • 명칭 : 피앤에이 미디어(PNA Media)
  • 제호 : 한국연구저널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09
  • 등록일 : 2018-03-12
  • 발행일 : 2018-02-22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박성래
  • 한국연구저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한국연구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